테마가 있는 경주

취재기사천년의 향기 그윽한, 경주 술 여행2025.09.20

천년고도의 풍경 속에서 술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역사와 사람, 그리고 문화를 잇는 음식이다. 경주 곳곳에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술이 있다. 교동의 고택에서 빚어진 전통 법주, 한정식 한옥에서 즐기는 고급 약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된 도시의 막걸리, 그리고 방송을 통해 전국적인 사랑을 받은 탁월한 술까지. 여행자는 술잔을 기울이는 순간마다 천년의 그윽한 향기와 마주한다.



역사를 마시는 술, 경주교동법주


경주에서 만나는 전통주


350년 세월을 이어온 교동법주는 ‘시간을 마시는 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최부잣집 고택에서 전승된 이 술은 찹쌀과 누룩, 맑은 물만을 사용해 빚어낸다. 100일 동안 저온 숙성한 술이 입안에 스미면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의 감각을 깨운다.


<좌> 350년 동안 이어온 전통 가양주 <우>옛 방식, 옛 맛 그대로 (사진제공 교동법주)


법주의 역사는 조선 숙종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궁중에서 음식을 관장하던 최국선이 고향으로 내려와 술을 빚으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최부잣집의 후한 인심과 함께 손님상에 오르며 ‘접빈객의 술’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최씨 가문의 후손들이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대를 이어 술을 빚고 있다.


은은한 향과 단아한 단맛, 흉내 낼 수 없는 고운 빛의 교동법주


교동법주는 술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교촌마을의 풍경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향교와 고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계림, 첨성대, 복원된 월정교까지 이어지는 길 위에서 교동법주 한 병을 품에 안는 순간, 여행자는 천년의 시간을 가슴에 품은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한다.


최부자댁과 교동법주



전통주의 품격, 요석궁 대몽재


한옥 마당의 돌길을 따라 들어서면, 고운 한복 자락이 흩날리는 듯한 설렘이 시작된다. 경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한정식집으로 꼽히는 요석궁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신라 귀족의 연회를 연상시키는 무대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술이 바로 대몽재. 이름 그대로 ‘큰 뜻을 품은 술’로, 품격 있는 풍미가 돋보인다.


요석궁 대청마루와 대몽재1779


대몽재 1779는 최부잣집의 전통 가양주에서 비롯되었다. 숫자 1779는 최부잣집이 경주 교동에 터를 잡은 해를 의미하지만, 술의 뿌리는 훨씬 더 깊다. 귀족과 화랑이 즐기던 신라의 궁중주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발효 과정에서 정성을 다해 빚은 대몽재는 부드러운 풍미와 산뜻한 과일 향으로 기존의 전통주와 확연히 다른 품격을 보여준다.


품격이 다른 전통주, 신라 토기에서 영감을 받은 주병


특히 신라 토기에서 영감을 받은 주병은 술의 가치를 한층 높인다. 요석궁의 화려한 한정식과 함께 즐기면, 술·음식·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오감이 완성된다. 한 끼의 식사와 한 잔의 술이 곧 경주의 이야기가 되고, 잊지 못할 여운으로 남는다. 요석궁 옆 기프트숍에서는 대몽재를 구입할 수 있어 여행의 기억을 선물로 가져가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좌>요석궁 입구 <우>요석궁옆 대몽재 기프트숍



젊은 감각으로 즐기는 막걸리, 깁 모어


경주의 술 문화는 전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환호하는 감각적인 술이 있다. 바로 ‘깁 모어(Give More)’. ‘더 달라’라는 뜻의 이름처럼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도로 전통주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낸다.


새롭고 매력적인 막걸리


체리, 신라봉, 찰보리 같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90일 이상 저온 발효로 빚어낸 술은 막걸리의 텁텁함을 지우고, 부드러운 풍미를 남긴다. 와인을 연상시키는 투명 유리병 패키지는 보는 순간 SNS에 올리게 만든다.


시음하는 고객


여기에 친환경적인 업사이클링 감성까지 더해졌다. 술을 빚고 남은 지기미로 만든 비누, 버려진 쌀 포대를 활용한 가방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반갑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어우러진 공간은 사진 찍기에도 제격. 이곳에서의 막걸리는 단순한 전통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라이프스타일 음료로 재탄생한다.


<좌>쌀포대로 업사이클링한 막걸리 포장백 <우>술 지기미로 만든 비누


<좌>여행자를 위한 친환경 백팩 <우>감각적인 인테리어



화제를 모은 이름, 탁월 막걸리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탁월 막걸리’.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전국적인 화제를 모은 이후, ‘탁월한 선택’이라는 브랜드명처럼 경주를 대표하는 술로 자리 잡았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탁월 막걸리


탁월 막걸리는 발효 과정의 천연 탄산을 가두어 청량감이 뛰어나고 뒷맛이 경쾌하다. 기존 막걸리보다 맑고 세련된 느낌 덕분에 젊은 층뿐 아니라 막걸리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깔끔한 병 디자인은 선물용으로도 인기 만점. 여행자들이 경주를 떠나며 기념품처럼 챙겨가는 이유다.


천연 탄산을 품고 있어 청량한 맛이 매력적이다, 경주를 떠나기 전에 챙겨가는 손님들


이 막걸리는 하루아침에 완성된 브랜드가 아니다. 20년 넘게 막걸리를 빚어온 아버지와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아들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경주에서, 탁월 막걸리는 가장 한국적인 술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바꾸어 놓았다.


아버지의 정성과 아들의 감각이 만든 합작품



[교동법주]
주소 : 경주시 교촌안길 19-21
문의 : 054-772-2051
이용 시간 : 09:30~18:00 (매주 일요일 휴무)
홈페이지 : http://www.kyodongbeobju.com


[대몽재1779]
주소 : 경주시 교촌안길 25
문의 : 054-777-1779
이용 시간 : 11:00~20:00
홈페이지 : https://www.1779.kr/temonje


[깁 모어 막걸리]
주소 : 경주시 원효로 153
문의 : 0507-1308-4304
이용 시간 : 월, 수, 목, 금 11:00~18:00, 토, 일 08:00~18:00 (매주 화요일 휴무)
홈페이지 : https://www.instagram.com/gyeongju_sik_brewery


[탁월생막걸리]
주소 : 경주시 포석로 1085
문의 : 0507-1316-8381
이용 시간 : 10:30~20:30
홈페이지 : https://smartstore.naver.com/takwolkorea



글, 사진 여행작가 유은영
※ 위 정보는 2025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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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석궁식당
    270년을 이어온 최부잣집의 내림음식
    경주시 교촌안길 19-4(교동)
    예약주차가능남/여 화장실 구분무선인터넷단체석알러지 정보 제공영어 응대 가능해외카드